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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7. 5. 21:28 꺄아악


언니의 나이는 올해 31세.
내년이면 언니는 32살, 나는 29살이 된다.
내 나이도 끔찍하지만 언니 나이는 더 끔찍하다.
왜냐면 언니는 절대 31살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언니는 동안이다. 지금도 언니를 다들 대학생으로 본다. (다들 언니 나이를 알면 놀란다.)
허리 때문에 병원에 갔더니 학생이 벌써부터 아파서 어쩌냐고 안타까워 하셨단다. (....)
하긴, 동생인 내가 봐도 언니는 어려보인다.
하얀 피부, 동글한 얼굴, 팔다리가 길쭉하고 허리는 짧지만 유독 튀어나온 배. (...... 나보단 날씬하지만 언니도 나처럼 D라인..큭큭..)
머리도 길고 갈색머리라서, 더 어려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언니는 어렸을 적부터 어려보였다. 언니와 내가 같이 나가면 언제나 나보고 언니냐고 물어봤었다. (ㅅㅂ...)
나는 초등학교때부터 아줌마 소리를 들어왔으니까. (심지어 동기생한테도... 분명 같은 체육복을 입고 있었는데 뒷모습이 아줌마 같아서 아줌마라 불렀다며...미안하다고 했다.... 시발...)
그렇게 초딩때부터 성숙한(...) 얼굴과 몸(초딩때 키가 지금 키..)을 한 나는 중딩때 일자단발머리를 했음에도 아빠 담배 심부름과 술 심부름을 하였고, 그 누구도 나에게 민증을 내놓으란 소리는 안했다.(...)
고딩때도 마찬가지여서 친구들은 민증개조니 어쩌니 화장도 떡칠을 했지만, 난 생얼로 술집을 드나들어도 아무도 나에게 민증을 내놓으란 얘긴 안했다. (....)
그래서 항상 언니가 부러웠다. 동안인 언니. 부러움의 존재.


언니는 착하다.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난 기억나지 않는 일이지만, 엄마와 아빠가 외출하셨을때 날 목욕시켜줬단다.
엄마가 아빠와 함께 집에 들어오셨을때, 언니는 내 몸 구석구석(....)을 닦아주고 있더란다. 뭐하냐고 물어보니 내가 오줌싸서(......) 더러워서 씻겼단다. (......)
(난 초등학교 4학년까지 오줌싸개였다. ㄱ-... )
어릴적부터 언니는 깔끔했고, 자신의 몸을 항상 깨끗하게 했다. 그런데 중학교인가 고등학교인가... 올라가면서부터 언니의 얼굴엔 여드름이 심하게 나기 시작했고, 그건 거의 20대 후반까지 이어졌던 것 같다.
피부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언니를 보면 항상 안쓰러웠다. 잘 안 씻어서 개기름이 줄줄(...) 흐르는 나는 가끔씩 뾰루지만 나는 정도였기 때문에 언니는 항상 나를 보며 부럽다고 했다.
언니가 날 부러워하는게 한 가지는 있구나, 싶었다. 난 내 피부를 언니가 가져갔으면 했다. 왜냐면 언니 피부는 정말 하얘서, 여드름 흉터만 없다면 정말 깨끗하고 좋은 피부였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나는 초딩때부터 육상부니 뭐니 하며 땡볕아래 있기 일쑤였고, 그래서인지 주근깨가 많았다. (이제는 기미가 되었다. ㄱ-) 어짜피 이런 피부인데 여드름 난다고 뭐 달라질 것도 없을 것 같고. 그래서 언니 여드름이 나에게로 왔으면. 하고 기도를 하곤 했던 것 같다.
다행히도, 꾸준히 피부과를 다녀서 돈을 쳐들인 (...) 효과가 있었는지 지금의 언니 피부는 깨끗하다. 가끔씩 나처럼 뾰루지가 날때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나는 뾰루지가 코 옆에 나도 별로 신경안쓴다. 노랗게 되서 터질때까지 가만 냅두는 편.. ㄱ-) 피부가 나아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 언니라서가 아니라, 언니는 여자로서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
손재주가 있으며, 방긋방긋 잘 웃고, 좀 맹한 구석이 있어서 어쩔땐 귀엽기도 하다.
요리도 잘한다. 내가 할 줄 아는 요리라곤 계란후라이와 건더기 뺀 라면, 그리고 카레가 다인데 언니는 몬테 크리스토 샌드위치부터, 순대볶음, 월남쌈, 탕수육, 베트남 쌀국수, 계란말이,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등등... 언니의 손맛에 내가 길들여져서 그런걸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언니가 내게 해 준 음식중에 맛 없는 음식은 거의 없었다. (저번에 쌀국수만 빼고. ㅋ)
게다가 개그본능도 몸 속에 자리잡고 있어서 나를 얼마나 빵터지게 했는지 모른다.
춤도 잘추고, 오락부장의 끼도 갖고 있어서 언니 주위엔 늘 사람이 많았다. 다들 언니를 좋아한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언니도 '거절 못하는 병'에 걸려 친구들이 언니를 잘 이용한다는 점이다.
나에게 늘, 이런저런 부탁을 친구가 해서 거절하지 못했어- 하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지 같은 하소연을 늘어놓는데 그럴때마다 정말 멍청한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언니를 보면 이해가 된다. 순수한 눈과 약간은 맹해보이는 얼굴을 가진 언니가 누군가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하는 모습은 동생인 나에게도 약간은 어색한 모습이니까.
그럴때면 '바보같이. 거절하지 그랬어. 언니가 거절 못할 거 알고 그러는거 아냐' 라고 말은 하지만, 그냥 하는 말이다. -_-
언니는 평생 그렇게 거절하지 못하고 살아갈 것이 분명하니까.

그런 언니를 나는 정말 미친듯이 욕할때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언니가 '욱'할때다.
언니는 전형적인 B형인데 사람을 혈액형별 성격으로 구분하는 것은 정말 멍청한 짓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꽤 이것을 믿는 편이다.
언니는 화를 잘 내고, 그 사실을 금방 잊어버린다. 어떻게 보면 뒷끝이 없는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나같은 사람에게는 언니의 성격이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짜증난다. 나는 화가나면 우선 참다가 도저히 못참을 것 같을때 폭발시키지만 언니는 화가나면 바로바로 화를 내고 그 화를 다 쏟아내면 잊어버리는(...) 그런 타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릴때, 내가 아직 언니의 성격에 길들여지지 않을땐 언니를 엄청 욕했었다.
"시발년 왜 나한테 지랄이야. 진짜 짜증나게 구네, 미친년. "
.... 이 정도가 기본이었다고 보면 된다. -_-...
그도 그럴 것이, 언니가 나한테 극도로 화를 낸 이유가-

"야, 너 내 양말 신고 나갔어? 왜 신어? 왜 내 양말 신어? 어? 왜 내 양말 신고 나가냐고!!!!!!!!!!!!!!!!"
하고 엄청난 소리로 나한테 고함을 치거나
"야, 누가 지금 목욕하래? 어? 지금까지 뭐하다가 목욕하는 건데? 어? 왜 지금 하냐고!!!!!!!!!!!!!!!!!!!!"
하고 엄청난 소리로................. ㄱ-....

뭐 저런 이유로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언니의 '동생' 이었기에 이해가 안갔었다.
언니와 나는 자매니까 같은 양말 신을 수도 있는거 아닌가? 내가 지금까지 놀았지만 언제 목욕할지 그건 내 자유 아닌가?
하고 저런 사소한 이유로 나에게 미친듯이 화를 내는 언니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나도 같이 화를 냈었다.
... 저렇게 화를 내고 10분 뒤, 나는 아직 언니에 대한 화가 풀리지 않았는데 어느새 옆에 다가와서는
"우리 김치볶음밥 먹을까? 배고프지?" 라며 식사준비를 하는게 아닌가?!
....
"뭐야 이 미친년은. 아까 그렇게 화를 내놓고 또 저 지랄이야"
라고 생각했다. 아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나에게 사과하기 위해 저러는 건가 싶어서 나도 화를 풀고 언니와 함께 김치볶음밥을 해먹었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언니는 그저 단순히 자신이 '왜' 나에게 '화'를 냈었는지 그 사실 자체를 '까먹은 것'이었다.
.... -_-......
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가 언니의 그런 성격에 엄청엄청 화가 난 날,
"대체 왜 그래? 방금전까지 그렇게 화를 내놓고! 난 아직 언니에 대해 화가 풀리지 않았다고!"
라고 소리치면 언니는 깜짝 놀라면서
"어머. 화났었어? 미안~ 그치만 나도 아까 화가 좀 났었어... 근데 아직도 화나 있는 거야? 너도 참..."
같은 소리를 지껄이며 나를 나무라는 것이었다..... ㄱ-

..... 저런 일들을 계속 겪고나니, 나도 내성이 쌓였는지 이제는 언니가 나에게 엄청난 고함을 지르며 화를 내도 아, 언니가 화가 났군. 조용히 있자. 하고 가만히 있게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런 언니 덕분에 누군가가 나에게 화를 내면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닌데도 화를 내면) 그 화를 씹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사람이 화를 내던지 말던지 신경을 쓰지 않는 거다. 이 점에 있어선 언니에게 감사한다. 언니 덕분에 화를 더 잘 참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그만큼 정말 화가나면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경우가................................... ㄱ- 오죽하면 전남친들이 한결같이 "너는 화가나면 너무 무서워. 오줌쌀 것 같아" 라고 말을 했을까... 심지어 철학관에서 본 내 사주에도 "화가나면 이 세상의 것이 아닌듯한 모습이 되는 성격" 이라는 무시무시한 말도.......................... ㄱ-)
.....
언니의 성격에 길들여져서, 오히려 언니같은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
화를 잘 내지만, 금방 풀기도 하는 그런 성격이 나는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혼자서 끙끙 앓다가 결국엔 나 스스로 그 화를 못이겨 폭발시키는 성격보다는 언니의 성격이 더 좋지 아니한가.
그러나 내 성격을 알면서도 그걸 고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뭐, 나 또한 이런 나의 성격에 길들여져서 잘 살아봐야겠지.


내가 블로그에도 몇 번 썼지만 나는 심부름을 잘한다. 어릴적부터 대략 5~6살때부터 시작된 우리집의 심부름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에 반해 언니는 어릴때도 지금도 엄마와 시장을 다닌다거나 심부름을 한 적이 드물다.
물론 언니가 먹고 싶은게 있으면 시장이나 슈퍼에 가긴 하지만, 엄마가 장보실때 일부러 따라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는 얘기다.
그 정도로 언니는 곱게 자랐다. (내 시점에서 보자면).
반면에 나는 어릴때부터 엄마의 시장길에 같이 동행했고, 내 양손에는 항상 장바구니가 들려있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초등학교때에도 늘 엄마와 함께 장을 봤었기 때문에 한 손에 3키로정도 되는 봉지를 낑낑 들고 집까지 가곤 했다.
최근에는 구루마 라고 부르는 바퀴가 달린 장바구니를 들고 엄마와 장보는 것을 즐기게 되었는데 엄마와 이런 얘기를 했다.
"네 언니하고 이러고 돌아다니는 건 상상이 안돼. 언니가 이렇게 구루마를 끌고 다니는 건 너무 안 어울려. 너는 괜찮은데. 기분 나쁘니? 그치만 사실인 걸. 네 언니하곤 안 어울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구루마에 대파랑 양파랑 감자 따위를 넣고 도도도 끌고 오는 언니의 모습은 상상이 되질 않는다.
나하고는 어울리는데 말이야. (....) 내 덩치가 더 크기 때문이라던가 그런 이유가 아니다.
언니의 이미지가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하얀 테이블 위에서 책을 읽는 그런 소녀같은 이미지라면 나는 콧김을 뿜으며 씩씩하게 걷는 그런 이미지(...) 이기 때문일거다.
단지..... 다 좋은데.... 언니의 그런 이미지도 좋고, 착하고, 여자다운거 다 좋은데 말야.....
트름을... 트름을 괴물같은 소리로 내뱉는 언니가 ... 무서울때가 있다. 그때만 빼놓으면 언니는 천상 여자다. (트름 소리가 장난 아니다. 무서울 정도다. 제발 내 옆에서 트름하지 말아줘.)

...
너무 언니에 대해서 자세하게 늘어놓았나 싶기도 하지만, 이제 언니와 떨어져 산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언니에 대해서 써보고 싶어졌다.
언니와 처음으로 떨어져 지내는 것이기 하고, (언니가 미국에 갔을때 6개월 정도 떨어져 지낸 적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헤어짐은 처음이다.)
아무래도 내 성격상 자주 연락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같이 살지 않으면 연락이 되게 뜸해질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언니를 그리워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언니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어보았다.
아마 언니는 나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언니 속을 많이 썩였으니까.)
어릴땐 언니가 미웠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감정이 없다. 언니가 좋다. 내가 언니 동생이라서 좋다.
언니같은 언니가 내 언니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언니에게 고맙다. 날 동생으로 받아줘서 고맙다.
지금까지 속썩였던 일들을 조만간 꼭 만회하고 싶다. 언니에게 도움이 되는 동생이고 싶다.
이런 동생이 있어서 다행이야 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아니 노력해야지.

쑥쓰러워서 이런 마음을 언니에게 전달하진 못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용기내어 언니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하곤 한다.
그럴때면 언니의 표정은 "이 년이 미쳤나" 혹은 "이 년이... 또 뭘 바라고 저런 소릴..." 같은 표정이 되지만, 퉁명스럽게 "지랄하네" 를 내뱉는 언니가 너무나 좋다.
응, 그런 언니가 너무나 좋아!!

posted by Run&Run
2011. 5. 26. 18:17 후후훗
기분이 꿀꿀할 때, 더울 때, 시원해지고 싶을 땐!
역시 커피믹스죠! 물론 차갑게!

....

딱히... 커피 중독이 되서 이러는 건 아니라능.... 'ㅅ'....

posted by Run&R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