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과 평가가 꽤 좋은 영화라 언젠간 봐야지- 하고 다짐은 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의 줄거리가 장애인의 이야기라 선뜻 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포스터의 글처럼 유쾌한 감동 보다는 슬픈 감동을 얻을 것 같아서.
그래도 중반까지는 꽤 유쾌하고 신기하게 영화를 관람했다. 장애인의 섹스 체험이라니. 그리고 섹스 테라피스트 라는 신기하고 새로운 직업도 꽤 놀라웠고. 그게 매춘과 다를게 뭐야! 라고 말하는 사람은 분명 이 영화를 보지 않은 거겠지.
그리고 안타깝게도(?) 중후반 부터는 계속해서 눈물과 콧물을 쉴새없이 뿜어내며 봤다.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이 영화가 실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그 사실에 더 놀랍고 더 슬펐고 더 기뻤던 것 같다.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솟구쳤다.
< 우리들도 보통의 한 인간 일 뿐이다 > 마크는 이러한 모토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갔다.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였고 온 몸의 근육이 마비되고 오로지 얼굴만 움직일 수 있는 그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그는 정말 최선을 다해 산 것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섹스 세션을 차례차례 보면서 든 생각은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 담긴 섹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저 서로의 성기만 넣었다 빼면서 의미없는 숨소리와 신음소리로 가득찬, 감정의 교류 따위는 없는 그런 무의미한 섹스가 아니라 어찌보면 돈을 주고 받으며 치룬 섹스를 위한 공부일 뿐이었는데도 그 섹스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천천히 몸을 느끼며 그 사람의 감정을 느끼며 최고의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연습. 나는 어땠었나? 갑자기 내 첫경험은 어땠는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시각에 따라서 인생은 물이 반만 남은 컵일 수도, 반이나 남은 컵일 수도 있다. 물론 물의 양은 공평하지 않다. 나 같은 경우엔 특히나...생각해보라 내 인생의 컵을 채워 온 그 엄청난 고통들을. 그 컵의 남은 부분에 난 무엇을 담았을까? 적어도 내게는 아름다운 세 여인이 있었다. 날 사랑했고 내 장례식에 참석해 줄..."
반만 남은 물컵인지, 반이나 남은 물컵인지는 각각 다르겠지만 그 남은 부분에 우린 무엇을 담았을까? 그리고 무엇을 담게 될까? 적어도 난, 내 컵에 담게 될 그것이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