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개봉작 1408. 뒤늦게 리뷰를 올린다.
원래는 극장에서 보고 싶었던 '1408'을 비디오로 빌려보았다. 시공을 초월한 공포. 과연 그 공포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1408'. 1+4+0+8= 13. 그래서 스티븐 킹이 '1408'이라고 제목을 지었다고 하던데.
그만큼 미국은 13이란 숫자를 무서워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로 치면 4를 극도로 싫어하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영화 제목에서부터 풍겨오는 음산한 기운이 영화 내내 감돌고 있다.
대략의 줄거리.
[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해 글을 쓰는 주인공 엔슬린은 어느 날 자신에게 온 정체불명의 편지를 받고 다음 책의 소재로 '돌핀 호텔'의 '1408호'에 투숙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1408호에 투숙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호텔 매니저 올린은 엔슬린에게 1408호에서 일어난 무서운 일들을 설명하면서 절대 투숙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어떻게든 그 방에 투숙하기로 마음 먹은 엔슬린은 결국 매니저 올린을 설득하고 그는 1408호의 키를 손에 넣는다.
지금까지 다녀왔던 많은 호텔들처럼 그냥 평범한 방일 것이라고 굳게 믿는 엔슬린.
항상 하던 것처럼 담배를 재떨이 위에 놓고 녹음기를 들고 다니며 방을 조심스레 살펴보기 시작한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역시 이 방도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순간 갑자기 음악이 흐르고....
놀란 엔슬린에게 더더욱 무섭고 끔찍한 일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
당신은 유령을 믿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자면, 나는 '그렇다'이다. 비록 보이진 않더라도 유령은 존재한다고 본다. 그들은 알게 모르게 내 곁에서 같이 숨쉬고 있다. 그것이 착하거나 나쁜 유령이던간에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영화가 보여준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 주인공 엔슬린이 겪은 일들이 엔슬린의 환각이나 상상이 아닌 '현실'이라고 본다.
그는 실제로 1408에 투숙하고 있는 수 많은 영혼들을 만났고, 그들과 사투를 벌였으며 그보다 먼저 떠나간 자신의 사랑스러운 딸의 영혼까지 보았다.
그는 처음에 이런 현상을 믿지 않았다. 유령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408호는 그런 그의 생각을 우습다는 듯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자!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우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라고 그를 다그치듯 묻는다. 그리고 그는 결정적으로 자신의 딸의 영혼을 만나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만약 주인공 엔슬린이었다면 난 주저없이 '체크아웃'을 택했을 것이다.
두 번씩이나 1408호에서 다시 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그렇다고 주인공 엔슬린처럼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기엔 내 스스로가 나약하고 겁에 질려있음을 잘 알고 있으니 나에겐 '체크아웃'밖에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 방에서 죽어갔던 수 많은 투숙자들처럼.
1408호에서 겪은 일들 중 (물론 주인공이 겪은 일이긴 하지만) 정말 제일 끔찍하고 무서웠던 장면은 엔슬린이 드디어 1408호에서 탈출했다고 기뻐하며 자신이 겪은 일을 소설로 써서 우체국에 가지고 갔는데 우체국이 무너지며 1408호의 모습으로 돌아올 때의 장면이었다.
보통은 '아 꿈이었구나.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안타깝게도 1408호에서 '꿈에서 깬다'는 것은 다시 악몽으로 돌아오는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무서운 일인 것이다.
엔슬린이 탈출에 성공한 줄 알고 같이 기뻐했던 나는 다시 절망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너무나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1408호는 절묘하게 엔슬린의 마음과 정신을 조종하며 그를 조롱한다.
심리적으로 나약해져버린 엔슬린은 결국 1408호와의 죽음을 선택한다. 엔슬린은 과연 1408호에서 탈출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감독판과 극장판의 결말은 다르다. 두 결말을 다 보긴 했으나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결말은 의외로 감독판 ^^;;)
다른 의미로 굉장히 오싹한 영화였다. 무섭다거나 공포스럽다기 보다는 심리적인 무서움이랄까.
한정되어있는 장소였음에도 굉장히 색달랐고 음악이나 그림등을 이용한 효과는 정말 대단했다.
무엇보다 주인공을 연기한 존 쿠삭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혼자서 이끌어 간다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그의 연기를 보는 내내 나도 그와 함께 1408호를 탈출하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으니까.
색다른 호텔을 예약하고 싶다면 돌핀 호텔의 '1408호'를 적극 추천한다.
그러나 투숙 후 체크아웃에 대해서는 신중히 생각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