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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13. 21:20 꺄아악

이 글에는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한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직 완결편까지 다 읽지 않으신 분들은 읽지 말아주세요!!



우리에게 '스네이프 교수'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세베루스 스네이프.

해리포터의 마지막 시리즈까지 다 읽어 본 사람이라면 내가 이 사람에 대해 사랑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을 어느 정도 수긍해 줄지도 모른다.

 

너무나 암울하고 암울했던 세베루스.

확실히 책 초반에는 그가 정말 미웠다. '싫다'는 느낌보다는 '미움'이라는 감정이 더 강했다.

어느 쪽 편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기에 그가 해리를 괴롭힐 때마다 나는 살짝 분개하곤 했다.

그렇지만 해리포터 5권에서 오클러먼시 수업을 해리에게 가르쳐 주던 도중, 자신의 비밀을 해리에게 들켰던 그 순간부터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저 그가 해리를 미워하는 감정이 단지 자신이 '슬리데린''쪽 사람이어서가 아닌, 자신이 예전에 '이름을 불러선 안되는 그 사람' 의 편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나는 갑자기 세베루스에 대한 애정도가 급상승 해버렸던 것이다!

 

오오, 세베루스!!!

이 가여운 사람...

나는 마지막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이 사람에 대한 걱정으로 울고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 언니가 알게 된 스포일러를 재미삼아 알려달라고 했던 내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주인공 해리포터가 죽는 것이 아니고 이 가여운 ... 세베루스가 죽는 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나는 갑자기 먹먹해졌다..

주인공이 아니라 세베루스가 죽는다니. 어째서? 대체 왜...?

 

비록 전 권인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에서 세베루스가 덤블도어 교수를 '아바다 케다브라'라는 살인마법으로 죽인 것을 분명 읽었지만 나는 그 동안 덤블도어가 세베루스를 진심으로 믿어온 것처럼 내심 그를 믿고 있었다.

그 누구도 믿지 않았고, 믿으려 하지 않았던 세베루스를 계속해서 감싸고 다독여주는 덤블도어의 진심을 나는 읽었고, 그가 죽기 전 '세베루스... 세베루스...제발...' 이라고 말했던 부분은 '...이러지 말게...'가 아닌 뭔가 다른 말이 결여 되어 있다고 느꼈다. (이 생각은 마지막 권에서 적중했다. 덤블도어는 빠르고 고통없이 죽길 바랬다. 난 그들을 믿었고, 그 믿음은 사실로 다가왔다.)

 

가여운 세베루스.

나는 그가 그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았던 삶들에 대해 해리가 '이름을 불러선 안 될 그 사람 '을 해치우고 모두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 주길 바랬다.

물론 세베루스는 살아 남았다 하더라도 여전히 해리에게 쌀쌀맞게 굴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되려 잘된 결말이란 생각이 든다.

그가 죽었을 때...

그는 해리의 눈을 바라보며 죽었다.

해리는 엄마인 릴리의 눈을 쏙 빼다 닮았다. 이 얘기는 그동안 책에서 몇 번 언급되었던 부분이었다.

그랬기에, 나는 세베루스가 죽을 때 그에게 중요한 것을 전달해주고 마지막으로 해리의 눈을 바라보며 죽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에 감사했다.

해리의 눈은 릴리의 눈이었고, 세베루스는 해리의 눈을 통해 릴리의 눈을 보았을 것이다.

밝고 강하고 따뜻한 그리고 그리운.... 녹색빛의 눈을....

 

아직은 어리둥절한 해리에게 세베루스는 자신의 기억을 남겨주었고, 그 기억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세베루스를 와락 껴안아 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것은 세베루스가 덤블도어 교수가 죽기 전 했던 대화를 읽고 난 뒤었다.

 

.... 중략

"결국, 자네는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되었나 보군?"

"그 녀석을요?"

스네이프가 소리쳤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그의 지팡이 끝에서 은빛 암사슴 치솟았다. 그것은 교장실 바닥에 내려앉더니, 한달음에 교장실을 가로질러 창밖으로 튀어나갔다. 덤블도어는 패트로누스가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그것의 은빛 광채가 희미해지자, 덤블도어는 다시 스네이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 동안 계속...?"

"언제까지나."

스네이프가 말했다.

 

난 나 스스로를 자제할 수 없었고 그가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정말이지...... 가엾고 가여운 사람!

한 사람만을 죽을때까지 사랑했던 사람...

죽는 그 순간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쏙 빼닮은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죽었던 사람...

'언제까지나' 그녀만을 사랑할 거라고 대답했던 사람...

사랑했던 그녀와 같은 패트로누스... 은빛 암사슴 지녔던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세베루스 스네이프' 였다.

 

솔직한 심정을 얘기하자면 주인공인 해리를 돌봐주었던 친구들이 죽었을 때 보다도 세베루스의 죽음이 나에겐 더 큰 충격과 슬픔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그의 바보같은 고지식한 사랑을 확인했을 때 그 슬픔은 더 커졌다.

 

이런 슬프고 바보같은... 그렇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그려낸 조앤.k.롤링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읽는 동안 흥미 진진하고 정말 즐거웠으며 그리고 슬픈 책이었다.

제목은 언제나 '해리포터와...'로 시작했지만, 이제 나에게 이 책은 '세베루스 스네이프 그리고 해리포터와...'로 시작될 것 같다.

 

고지식한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간직한 채 죽은 세베루스 스네이프 를 애도하며-.

 


posted by Run&R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