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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8. 19:58 보았다/만화&웹툰




아라키 조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화 '바텐더'.

처음에는 '와인'에 관련 된 만화가 인기라서 그거에 대항한(?) 만화라고 생각했는데

오호라.

개인적으로는 '신의 물방울'보다 '바텐더'가 내 입맛에 더 맞았다.

 

신의 물방울처럼 바텐더의 주인공인 사사쿠라 류 역시 바텐더계의 '신의 글라스'라 불리우는 가히 천재적인 바텐더이다.

그런 그가 일본 긴자의 한 바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책이다.

개인적으로 난 술 자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솔직히 이 책 속에 나오는 술(칵테일) 종류가 뭔지도 전혀 모르고 어떤 맛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주인공 류가 너무나도 간단하게 만들어 권해주는 술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저 바에 앉아 홀짝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다른 바도 아니고 '류가 바텐더로 있는' 바에서 말이다.

류가 말하는 바텐더란 '찾아 오는 손님에게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 말한다.

현재 나에겐 그런 곳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 밖엔 없어서 그런지 만약 내가 술을 잘할 줄 알았더라면 이 만화를 보고 당장 국내에 있는 유명한 바(?)에 찾아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에게있어 '술'이라는 것은 전혀 나와는 상관없는 세상의(?) 것이었기 때문에 사실 이 만화를 보기 전까진 '술을 마시고 싶다'라는 생각은 절대 해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 도수가 약한 술이라도 마시기만 하면 얼굴 전체가 벌겋게(-_-)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게 싫어서 안마시는 이유가 더 크다고 본다.

그런데!!!! ㅠㅠ 이 만화를 보면서 마시고 싶은 술의 종류가 늘어만 가고 있는 거다!!!!

그것도 보통 호프집에서 먹는 소주나, 맥주도 아니고 사실 내 딴엔 큰 맘 먹지 않으면 마시기도 어려운 칵테일 종류라니!!!!!! OTL...

무엇보다 가장 부러웠던 것은 바에서 칵테일을 함께 마시며 추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친구들과 호프집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 마시는 술도 물론 추억이겠지만 바에서 조용히 바텐더와 약간의 담소를 나누며 내가 지금 마시는 칵테일의 역사에 대한 얘기라던가, 같은 종류의 칵테일이라도 다른 스타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흥미로운 점 등에 대해서 얘기를 하며 그 날에 대한 추억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었다.

하아, 나에겐 터무니 없는 생각이겠지만.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바텐더의 '손님을 위한 마음'이었다.

처음 바에 온 손님일지라도 그 손님이 어떤 종류의 술을 좋아하는지 파악하는 모습과 자주 오는 손님이 아닐지라도 그 손님 특유의 주문 등을 기억하는 바텐더를 보며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나 같은 술을 주문하는 손님일지라도 그 손님의 기분이 오늘은 좋지 않다면 그 손님에 맞춰 술의 레시피를 살짝 바꿔 내놓는 모습도 멋졌다.

바텐더란 그저 '술을 내놓는' 사람이 아니라 손님과 정신적 공유를 함께 해주고 그들의 기쁨이나 슬픔 등을 함께 해주는 '친구'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되기까지가 정말 힘든 것이겠지만 만약 저런 바텐더에게서 술을 받는다면 정말 기쁘고 행복할 것 같단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을 보다보면 정말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 이번 9권에서 나왔던 대사를 꼽자면 이것이 있다.

 

"평소엔 거리의 불빛에 묻혀 미쳐 못 보고 지나치지만... 영혼이 난파하려고 할 때면 바의 등대만이 유일하게 빛나 보이죠. 바는... 영혼을 위한 등대입니다".

 

이 대사를 보고 나는 '바'라는 말과 '바텐더'라는 말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바뀌었다.

어떻게 보면 그저 바텐더란 직업은 '서비스업'으로만 기억될 수도 있지만 정작 바텐더는 그렇지 않다.

진정으로 손님을 위한, 더 깊이 들어가서는 인간자체, 영혼을 위한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잔의 술'이 '영혼을 치유하는 노래'가 되는 순간이었다.

 

만약 칵테일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이 만화책을 본다면 단순히 '어 이거 맛있네?' 라고만 생각했던 칵테일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영혼을 위한 편안한 휴식처'.

한 발자국만 내딛으면 사회속에서 홀로 외로이 견뎌내야 하는 현실속에서 아무런 생각도 고통도 없이 그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

비록 현실속에 존재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휴식을 잠시나마 꿈꾸게 해주는 '바텐더'를 적극 추천한다. 

posted by Run&Run